우리를 가득 담은 우리만의 이야기
- 작성자 김수인 (2020 입학)
- 작성일 2021-11-18
- 조회수 9330
광화문까지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나면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덜컹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마주친다. 이른 시간부터 모두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지 열차 한 칸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광화문에 도착하고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다. 더는 누군가 탈 자리가 없음에도 새로운 역에 도착할 때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더 태우려고 하는 인류애에 매번 감동하며 전쟁 같은 20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 나에겐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
매일 아침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들을 지나쳐 학교에 도착하면, 이곳에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즐길 줄 아는 이들이 있다. 일주일의 반 이상을 밤을 새우며 보내면서도 웃는 얼굴로 ‘가보자고~’를 외치며 또다시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도전하려 하는 이들이 바로 교육학과에 있다. 이들 덕분에 그동안 멍하니 지나 보낸 내 시간과 맑았던 스무 살의 모든 나날을 아까워하던 내가 누구보다 바쁘게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다.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멋지게 그려내고 자신의 선택을 감당해내며 뜨겁게 삶을 살아가는 교육학도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소소하지만 빛나는 이야기를 지금 전해보려고 한다.
‘미개봉 중고’라는 말은 코로나 19사태와 함께 대학에 입학하게 된 전국의 20학번에 붙여진 수식어라고 생각된다. 나 또한, 이 수식어를 나의 잉여로운 삶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했던 적이 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할 수 있는 게 없어~’, ‘학교도 못 가고 방구석에만 있으니까 게을러질 수밖에..’라는 말들로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버렸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나와보니 분명 나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이들이 나와는 너무나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대외활동을 시작했고, 공모전을 준비했으며, 스터디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의 취미를 찾아 자기계발 시간을 가지고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를 꾸려 운영하는 멋진 학우들도 만나게 되었다. 매일 노트북 앞에만 앉아 시간을 보내는 나와는 너무 다른 삶을 사는 교육학과 사람들을 보니 나도 꼭 그들처럼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허망하게 지나가 버린 시간을 아까워할 여유도 없이 동기들과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공모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범대학 학생회에서의 활동을 시작하며 큰 책임이 따르는 자리의 무게를 느껴보는 값진 경험을 했고, 혼자서는 시작하기 두려웠던 영상 제작을 교육학과 내 소모임인 ‘에듀플릿’을 통해서 해볼 수 있었다. 특히, ‘에듀플릿’에서 활동하며 동기들과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등 상상만 했었던 일들을 실제로 해보았고, 나름대로 유튜버가 되어보기도 했다. 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학과에 진학한 나지만, 짧은 시간 동안 교육에 대한 학문적 지식을 쌓는 것과 동시에 어쩌면 살면서 해보기 힘든 신선한 경험들을 아낌없이 해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이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동기들과 함께 단 한 번의 여유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온 것 같다. 사실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귀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학업과 병행하며 이 모든 것을 잘 해내기에는 지치고 버겁기도 했다. 약한 마음에 포기하고 싶다가도 이러한 과정을 함께 겪는 우리 교육학과 동기들이 있기에 서로에게 기대어 또다시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얻고 있다.
나는 어느 때보다도 ‘내가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용기 있던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는 걸 망설이지 않고 조금씩 나의 길을 그려나가며 내 삶에 나를 가득 담아내고 있다. 다른 동기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함께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가 이곳 교육학과에서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감사해한다. 눈 깜박할 사이 3학년을 앞둔 지금, 내가 이 교육학과에 속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물론, 아직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열심히 도전해보고 있으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날의 나에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교육학과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처럼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순간이 생기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지금처럼 열정 가득한 동기들과 함께 설레는 미래를 꾸려나가 보고자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언제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모인 우리 교육학과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이야기의 끝이 맺어지는 순간까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 순간까지 교육학과 모두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